용연향(龍涎香, Ambigras)
용연향은 과거 수세기 전부터 사람들의 호기심을 사로잡은 신비로운 물질이다.
용연향은 향유고래의 장 내에서 생기는 이물질이 굳어져 만들어진 덩어리다. 고래가 오징어와 같은 해양 생물을 섭취할 때 오징어의 입, 부리와 같은 소화되지 않는 부분이 고래의 장 속을 자극하면서 형성된다고 알려져있다. 주로는 담즙관 분비물에서 유래하고, 다른 소화액과 결합하여 고체화되고 왁스 형태의 물질로 변하게 된다. 고래가 스스로 용연향을 뱉어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용연향이 향유고래의 몸 속에서 너무 크게 자랄 경우 장을 파열시키고 심하면 고래를 죽일 수도 있다고 한다.
용연향 찾기
우연히 바다 수면에 떠다니거나 해변에 떠내려온 것을 발견하게 된다. 용연향은 물보다 비중이 작아서 물 위에 둥둥 뜬다.
과거에는 고래를 사냥해서 해체를 하며 용연향을 채취하였는데, 1986년에 상업 포경이 금지되면서 고래를 사냥해서 용연향을 얻는 방법은 불법이다. 따라서 이후에는 천연 용연향은 우연하게 발견할 수밖에 없다. 일본에서는 2018년 2월과 12월에 오키나와에서, 2022년 9월 가고시마, 2022년 10월에 오키나와에서 발견되었다. 2023년 7월에는 스페인에서는 떠내려온 향유고래 사체를 부검하다가 장속에서 발견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2023년 7월 4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의 라팔마섬에서 향유고래 사체가 발견되었다. 안토니오 페르난데스(라스팔마스 대학교, 동물건강 식량안보 연구소장) 소장은 이 향유고래 사체를 부검하다가 장 부분에 붙어 있는 딱딱한 물체를 발견했는데, 이것이 용연향인 것으로 밝혀졌다. 50~60cm 크기의 9.5kg 무게의 이 용연향은 약 50만 유로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용연향의 어원
Ambergris는 amber와 gris의 합성어다. amber는 보석 호박(琥珀)을 뜻하고 gris는 회색을 뜻하는 프랑스어에서 왔다. 왁스 형태의 용연향이 회색 호박과 유사하다고 하여 ambergris라고 부르게 되었다. 용연향의 성분에도 ambroxide와 ambrinol과 같이 amber에서 유래한 이름이 붙여졌다. 인공적으로 합성한 인공 용연향의 브랜드 이름은 ambroxan이다.
한자어인 용연향(龍涎香)은 용(龍)의 침(涎)이라는 뜻이다. 옛 중국에서 용의 침이 굳어진 것이라고 본 것인데, 자연에서 볼 수 없는 형태와 크기와 향 때문에 전설의 동물인 용의 침이라고 여긴 것 같다. 이와 같이 동양과 서양에서 따로 어원이 존재하며 동서고금을 불문하고 신비한 물질로 여겨졌다.
용연향의 쓸모
용연향의 향은 musky, earthy, marine notes로 표현된다. 머스크향과 흙의 향, 바다의 향이 어우러졌다는 뜻이다. 또 백단유와 흡사한 향기를 가지고 있다고도 한다. 백단유는 열대지방에서 자라는 백단향에서 채취하는 기름으로, 향수의 원료로 사용된다. 용연향에서 추출할 수 있는 암브레인이라는 알코올은, 향을 오래동안 보존하면서 향상시키는 기능이 있어 고급 향수의 재료로 쓰인다. 즉 다른 향료와 함께 쓰면 그 향을 강화하고 고정하는 효능이 있는 것이다. 향수의 향기를 안정화하고 지속시키는데 도움이 되며, 독특한 노트가 추가되어 전반적인 조합을 향상시킨다. 용연향은 과거에 전통의학에서 강장제, 소화제, 해독제 등으로 사용되기도 했고, 고급 요리 재료로 사용되기도 했다.
용연향의 가치
용연향은 '떠다니는 황금', '바다의 로또' 등의 별명이 있다. 최근 스페인에서 발견된 9.5Kg짜리 용연향의 가격은 약 50만 유로(한화 약7억원)로 알려졌다. 1g당 75,000원 가량에 달하는 고가를 자랑한다. 용연향의 품질과 크기, 수요 등에 따라 그램당 수백 달러 ~ 수천 달러까지 이를 수도 있다고 한다. 높은 가치를 가지려면 다음 세 가지 성분이 필수적이다. Ambrein(25~45%), Epicoprosterol(30~40%), Coprostanone(3~4%)이 함유되어야 하며 이 성분이 없다면 가치가 떨어진다.
용연향의 거래
향유고래는 멸종위기 동물이다. 향유고래의 포획을 막기 위해서 일부 국가에서는 용연향의 거래를 금지하고 있다. 용연향 거래를 금지하는 국가는 미국, 인도, 호주 등이 있다.